[Dr. Joonho Lee]
2020년 갑자기 들이닥쳐 큰 피해와 혼란을 안겨준 COVID-19 Pandemic으로 인해서 이제는 거의 잊혀지다시피 했지만, 사실 2008년의 Financial Crisis는 이전에 찾아 볼 수 없었던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를 전 세계에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미국은 그 원인 제공자로서 더욱 큰 피해를 입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미국 재무부와 연준 (U.S Treasury and the Federal Reserve) 에서 구제금융 (bail-out) 으로 총 $950 billion 을 사용했으며, 당시 네번째로 큰 investment bank 였던 Lehman Brothers 가 파산했고, 세번째로 큰 Merrill Lynch 는 Bank of America에, Bear Sterns 은 J.P Morgan 에 헐값에 합병되었습니다. 사실상 미국의 재무부와 연방은행에서 구제를 해준 것입니다. 또한 미국에서 가장 큰 보험사인AIG 와 모기지회사인 Freddie Mac & Fannie 도 각각 구제금융을 받아서 겨우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주식시장의 손실은 $7.4 trillion, 또한 부동산 가치의 $3.4 billion 사라졌고, 7.5 million 의 실업자가 생겼으며, 실업율은 2010년에 10%에 육박하게 됩니다.
이러한 2008년의 Financial Crisis의 원인은 바로 Sub-prime mortgage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01년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미국 경제가 위기에 빠집니다. 그런데 하필 이때 Enron과 MCI World Com 등의 회사가 accounting scandal로 파산하면서 투자자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욱 바닥을 치게됩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더 강력한 회계규정을 도입하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유명한 Sarbanes Oxley Act (SOX) 입니다. 이 SOX 는1934년의 Securities Exchange Act 이후 가장 큰 회계규정에 있어서의 변화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이러한 회계 개혁과 더불어서 위기에 빠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실시하게 됩니다. 특히 이자율을 낮추고 저소득층이 손쉽게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재제를 완화해 주게 됩니다. 따라서 주택을 구입함에 있어서 이전에는 모기지 융자을 받을 수 없었던 sub-prime credit rating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융자를 받게되고 심지어는 zero down payment 로 (piggyback mortgage) 주택을 구입하게 됩니다. 주택 가격은 이렇듯 급등한 수요와 낮은 이자율이 맞물려 계속해서 올라가게 되고 주택을 구매했던 사람들은 refinancing이나 혹은 주택을 처분하면서 이득을 취했습니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국민들에게 이러한 부동산 붐을 통해 숨통을 터준 것이지요. 주택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한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손해 볼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Mortgage Backed Securities (MBS) 라고 하는 금융상품이 규제당국의 소홀함을 틈타 너무 크게 번성한 것입니다. MBS 는 말 그대로 여러가지 mortgage들을 섞고 묶어서 이것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mortgage 를 섞으면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렇게 파생상품이 생기면 실제 가치보다 훨씬 더 큰 마켓이 만들어 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큰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는Sub-prime mortgage 와 관련한 상품은 거들떠도 보지 않던 우량 은행들까지도 이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택가격이 떨어지거나 mortgage 를 갚을 수 없는 파산한 주택구매자들이 생기면서 생겼습니다. 실제로 2006년 부터 이자율이 올라가고 집값이 떨어지게 됩니다. MBS가 없는 경우에는 mortgage loan을 해준 은행들에서 foreclosure 를 통해 주택을 파는 등 일정 정도의 손해만 감수하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문제가 엄청나게 부풀려진 MBS 시장 때문에 큰 교란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모기지를 감당할 수 없는 채무자들이 생기면서 sub-prime mortgage loan을 끼고 있던 MBS의 가격이 폭락하게 됩니다. 또한 Investment banks 들이 만든Special Purpose Entities (MBS의 거간꾼 역할을 했으며 주로 단기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들이 자금줄이 막히며 파산하게 됩니다. 특히 은행들이 MBS 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 MBS들의 우량 혹은 불량의credit rating에 상관없이 모든 MBS 가 외면받고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게 되었습니다. 시장의 실패가 일어난 것이지요. 사실 sub-prime mortgage를 모두 손실로 처리하더라도 그 손실은 미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충분히 감수 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얼어붙은 시장의 실패로 인해 전체 금융시장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 것입니다.
회계학의 측면에서는 2008년의 Financial Crisis사태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 있습니다. 바로 Fair Value Accounting 이 바람직한 것이냐? 시간이 지날 수록 Fair Value Accounting이 Historical Cost Accounting 에 비해 더욱 후원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과연 계속해서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느냐 하는 논쟁이지요.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는 Financial Crisis를 일으키는데 Fair Value Accounting의 탓도 있다는 지적때문입니다. 왜냐하면 MBS 의 가치가 실제보다 너무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그 폭락한 가치를 반영한 Fair Value Accounting 때문에 손실을 과다하게 처리하다보니 은행들이 큰 타격을 입게되었다는 논리입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으며 따라서 사태가 진정된 후에 Fair Value Accounting을 어느 정도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예를들면 Illiquid market 이 발생한 경우에는 modeling에 근거한 fair value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 등). 하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갚을 능력이 없지만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한 사람들, 없는 능력을 눈 감아준 underwriters와 그것을 알고도 융자를 해준 은행들, 그렇게 생긴 모기지를 다른 곳에 팔고 계속해서 모기지 융자를 늘려간 은행들, 올바른 정보를 숨기고 MBS를 만든 금융기관들과 MBS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credit rating agencies, 무엇보다 이런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조치를 취해야 했던 SEC 의 관리 소홀,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Financial Crisis 가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오히려 당시의 회계기준으로 볼때 회계적으로 Fair Value Accounting 보다 더 문제가 되었던 것은 첫번째로 SPE에 넘긴 모기지를 secured loan 으로 보지 않고 sales 로 처리했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줄어든 liability로 인해 다시 추가적인 loan을 발행할 수 있었던 것), 두번째로는 투명한 disclosure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회계학 혹은 경제학적인 측면의 논의는 이만큼만 하고, 다른 논의를 좀 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10여년 전 크게 인기를 불러일으켰던 책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 한국어 제목은 ‘정의란 무엇인가’ - 의 저자 Michael Sandel (Harvard 대학 교수) 가 그 책에서 바로 이 Financial Crisis에 대해서 언급을 합니다. 논의의 촛점은 이것이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원인들 중의 하나인 대형은행들이 Financial Crisis이후에 정부의 보조 (혹은 국민들의 세금: 이 표현이 더 대중들을 화나게 만들지요) 를 받고 살아남았으면서도 연말에 큰 보너스를 받았다는 소식이 뉴스로 전해집니다. 이것을 알게된 대중들이 크게 분노하고 성과급을 뺏어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은행에서는 일부 보너스를 회수하기도 했습니다. 센델교수는 왜 대중들이 분노하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두가지로 정리합니다. 첫번째, 경영진의 탐욕에 분노했다. 하지만 곧 반박을 합니다. 경영진들은 언제나 항상 탐욕스러웠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탐욕스럽다. 그러므로 탐욕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좀 의아하다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두번째 이유를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실패 (혹은 무능력)에 분노했다고 말합니다. 성공했을 때 보너스를 받는 것은 인정해 줄 수 있다. 그런데 실패를 했음에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오히려 보너스를 챙기다니 용납할 수 없다라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동의하시나요? 그리고 나서 센델교수는 이러한 논란이 일어났을 때 보여준 경영진들의 태도와 그들이 답변에 대해 주목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쓰나미였다. 우리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의 능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의 실패였지 나의 무능력이 아니었다”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말이 사실이라면 의아한 점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좋은 시절의 경우는 어떠한가? 은행들이 많은 돈을 벌고 그로 인해서 큰 보너스를 받을 때는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그들의 능력과 상관없이 시스템과 주변의 환경에 따라서 은행이 돈을 번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이 받는 큰 연봉과 보너스는 과연 정당한 댓가인가?
센델교수는 Justice 이후에도 두권의 책을 더 냈습니다. “What Money Can’t Buy?” 와 “The Tyranny of Merit: Can We Find a Common Good? 마지막 책은 직역하면 “능력주의의 폭정: 과연 우리는 공동선을 찾을 수 있을까?” 한국어로 출간된 책의 제목은 “공정하다는 착각” 입니다. 이러한 책들을 관통하는 그가 얘기하고 싶어하는 주제 중의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능력에 따라서 대우를 받고 있고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인정받아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생각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Harvard, Yale, Princeton과 같은 명문대학을 가려고 기를 쓰지만, 그런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의 숫자는 매우 적습니다. 거의 동일하게 좋은 ‘능력’ (즉, 뛰어난 내신성적과 시험성적, 과외활동, 봉사활동 등)을 가지고 있는 많은 학생들은 입학하지 못합니다. 입학 사정관들에게 물어보니 누가봐도 합격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원자들의 숫자가 입학정원 숫자의 몇배로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입학생들은 사실 능력도 가지고 있지만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을 간과하다는 것이지요. 입학에 성공한 학생들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릅니다. ‘역시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내 능력으로 입학한거야’ 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떨어진 학생들은 불필요하게 절망하고 자신의 무능력을 비관하게 됩니다. 슬픈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대안이 있을까요? 센델교수가 아주 좋은 제안을 합니다. 일단 입학해도 좋을 자질 (여러가지 성적, 과외활동 들) 을 보여준 학생들을 모두 추리자. 그리고 그 학생들만을 가지고 추첨을 통해서 입학생을 결정하자고 말입니다. 그렇게 입학생을 뽑으면 입학생들과 그리고 떨어진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위에서 언급한 불필요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자만감은 줄어들어 겸손해지고, 떨어진 학생들의 절망감도 좀 덜해지지 않겠습니까?
능력주의가 대접받고 또한 능력대로 대접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현 세대의 풍조 속에서 그게 과연 개개인의 능력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운이나 자질 그리고 주변의 환경 때문은 아닌지 돌아보고, 그러한 생각을 통해서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품어주고 때로는 돌봐주어야 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