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성능으로: CPA의 시대, AI 물류센터의 가치를 다시 쓰다
- KACPA
-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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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천운 (Cheon Woon Choi)]
코로나 팬데믹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오피스와 리테일 섹터가 회복의 길을 모색하는 사이, 한 분야는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며 시장의 중심에 섰습니다. 바로 이커머스 혁명에 힘입은 산업·물류 부동산입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2025년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산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4.2%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남가주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 임대료는 최근 3년간 60% 이상 급등하며 자산 가치의 폭발적인 성장을 증명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시장 트렌드가 아니라 기존의 자산 가치평가, 감가상각 스케줄, 세무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1. ‘면적’에서 ‘처리용량’으로: 새로운 가치 평가 기준
기존 물류센터 평가는 평방피트(SF)와 입지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핵심 질문은 “얼마나 넓은가?”에서 “얼마나 많은 상품을, 얼마나 빨리 처리할 수 있는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수직 확장: 미국자재운반산업협회(MHI)는 자동화 보관·검색 시스템(AS/RS)을 도입하면 동일 부지에서 저장 용량을 최대 400%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천장고는 30피트에서 100피트까지 높아지고, 평가 기준은 바닥 면적이 아닌 큐빅 피트(Cubic Feet)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운영 효율성의 NOI화: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자동화 도입 시 주문 처리 비용이 25~40% 절감됩니다. 이는 임차인의 수익성에 직결되고, 결과적으로 부동산의 순영업소득(NOI)과 가치 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CPA는 ASC 360(유형자산) 기준의 감가상각 및 손상 차손 평가 시, 물리적 면적 뿐 아니라 이러한 운영 용량 지표를 고려해야 합니다.

2. 단일 창고에서 다기능 허브로
최신 물류센터는 콜드 스토리지, 반품 처리,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을 통합한 다기능 물류 허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프로로지스(Prologis)는 일본 도쿄·오사카에 다층형 물류센터를 건설해 층별로 대형 트럭이 직접 진입 가능하게 설계, 도심 내 신속 배송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시애틀의 Georgetown Crossroads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뉴욕 브롱크스(Bronx)에 건설 중인 대규모 다층 물류센터 등 주요 도심 지역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복합 시설은 컴포넌트 회계처리(componentization)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냉동설비나 자동화 장비는 건물 구조물과 다른 내용연수를 적용 받으며, IRS MACRS 감가상각 체계에서 가속 감가상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3. 부동산과 회계의 교차점
CBRE의 '2025 Global Logistics Outlook' 보고서는 미래 물류센터 가치가 전력 안정성, 데이터 연결성, 자동화 호환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이에 따라 전통적 법률·물리 점검을 넘어 기술 실사(Technical Due Diligence)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회계 실무에서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가상각 전략: 자동화 설비는 5~7년 내용연수를 적용받는 개인자산(Personal Property)으로 분류 가능, 건물(39년)과 구분 시 세무 절감 효과가 발생합니다.
손상 차손(Impairment) 테스트: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 ASC 360, ASC 842(리스) 기준에 따른 공정가치 재평가 주기를 단축하고, 기술의 진부화 리스크를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액공제·인센티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연장 및 확대된 EV 충전 인프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시 연방 에너지 세액공제(ITC) 등 세무 혜택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4. 결론: '공간'에서 '성능'으로, 자산의 패러다임을 읽는 전문가의 협력
앞서 살펴본 변화들은 단순히 물류센터가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넘어, 부동산 자산의 본질이 '정적인 공간(Static Space)'에서 '역동적인 성능 기계(Dynamic Performance Machine)'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과거의 부동산 가치가 주로 입지와 면적이라는 하드웨어에 의해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그 안에서 가동되는 자동화 기술과 데이터 처리 능력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자산의 현금흐름과 미래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동산 전문가와 회계 전문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 '성능 기계'의 엔진(자동화 설비, 기술 사양)이 얼마나 강력하고 미래에도 유효할지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엔진의 성능을 ROI, IRR, 감가상각을 통한 세금 최적화, 그리고 최종적인 자산 가치라는 재무적 언어로 해석하고, 투자자에게 명확한 대시보드를 제공하는 것은 오직 CPA의 영역입니다. 엔진의 잠재력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 출력을 계기판에 표시하고 최적의 운용 전략을 짜는 사람이 함께해야만 완벽한 주행이 가능한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이 변화를 이해하는 CPA는 이제 과거의 기록을 정리하는 역할을 넘어, 미래 가치를 설계하는 전략가로 진화할 기회를 맞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트렌드를 아는 것을 넘어, ▲자동화 설비 투자에 대한 자본적 지출(CapEx) 타당성 검토 ▲기술 도입에 따른 운영 효율성 개선이 NOI에 미치는 영향 모델링 ▲기술의 진부화에 따른 자산 손상차손(Impairment) 리스크 선제적 평가 등 한층 더 분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역량을 요구합니다.
AI가 단순 회계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지금, 이처럼 복잡한 기술과 물리적 자산, 그리고 금융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해석하고 창출하는 능력이야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전문가의 고유한 영역이 될 것입니다. 이 변화의 흐름을 읽는 것은 고객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CPA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입니다.
최천운 (Cheon Woon Choi)
부동산학 박사 (Ph.D. in Real Estate)
법학 석사 (USC)
(현) 캘리포니아주 Skyinvestrelaw, Inc. 대표
(전) 경남대 조교수
부동산 브로커 (California Real Estate Broker)
[Skyinvestrelaw, Inc. skyunchoi202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