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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10키 계산기와 함께한 25년

  • Writer: KACPA
    KACPA
  • 2 days ago
  • 2 min read
Jack Lee, CPA
Jack Lee, CPA

2001년 1월, 나는 처음으로 10키 계산기를 손에 잡았다. 옅은 노란색 플라스틱 표면 위에 가지런히 놓인 숫자 키들, 손끝에 닿을 때마다 "까작 까작" 울리는 기계음, 그리고 그에 맞춰 천천히 돌아가는 종이 롤. 처음엔 그저 업무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기계는 나의 하루와 함께 숨 쉬는 존재가 되었다.


그 시절 나는 막 실무를 배우던 신입이었다. 회계일이 나의 적성과 맞는지 알지도 못하던 때, 회계와 계산이 내 일이 되었다. 엑셀보다 느리고, 손으로 계산하는 것보다 복잡해 보이던 10키 계산기는 내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입력과 계산 속에서, 나는 조금씩 손끝의 리듬을 익혀 갔다. 숫자를 더하고 빼는 단순한 동작이 어느 순간 음악처럼 느껴졌다. 까작 까작 - 계산기의 소리는 내 집중의 박자이자,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였다.


처음에는 숫자를 잘못 눌러 틀린 결과를 낼 때마다 조급함이 앞섰다. 하지만 그 작은 실수들 덕분에 나는 꼼꼼함과 인내를 배웠다. ‘0’ 하나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숫자 하나가 어떤 의미를 담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단순히 계산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속도와 정확함,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직업의 기본을 체득해 나가고 있었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은 생각보다 깊은 몰입을 요구한다. 손가락이 키 위를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머리보다 빠르게 계산을 따라갈 때, 그 감각은 묘하게 편안하다. 나는 피아노를 치지는 못하지만 피아니스트가 악보 없이 건반을 치는 것 인양, 내 손은 이미 숫자의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업무의 스트레스가 쌓인 날에도 계산기의 일정한 리듬은 내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 소리는 나를 현실로 잡아주는 묵직한 리듬이었다.


시간이 흘러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으로 복잡한 계산을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고, 회계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모든 수치를 정리해 준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책상 한 켠의 낡은 10키 계산기를 버리지 못했다. 버튼은 닳고, 디스플레이의 불빛은 희미해졌지만, 그 안에는 지난 세월의 내 흔적이 남아 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닳고 희미해지는 만큼 나는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날은 밤 늦게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마감 자료를 준비했고, 또 어떤 날은 손끝이 아플 만큼 입력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은 내 경력의 한 줄 한 줄을 채워 주었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왜 나는 아직도 이 낡은 계산기를 쓰고 있을까?”아마도 효율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자동화된 시스템이 아무리 편리해도, 내 손으로 눌러 얻은 결과는 유독 믿음직스럽다. 그 결과 속에는 내 판단과 감정, 그리고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끔 후배들이 내 자리의 계산기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선배님 방에서는 항상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아직 이런 걸 쓰세요?” 그럴 때면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응, 난 이게 없으면 안돼". 그들에게는 구식 도구처럼 보이겠지만, 나에게 이 계산기는 그리고 까작 까작 울리는 키 소리는 나의 경력의 동반자다. 세월은 흘러가지만, 익숙한 손끝의 감각과 그 소리는 변하지 않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니라 나의 인생을 기록한 타자기이자, 시간의 증인이었다. 이제는 조금 낡고 느리지만, 여전히 내 손에 딱 맞는 나의 동반자.25년 동안 함께해 온 그 리듬 속에서, 나는 여전히 숫자와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소리를 들으며 나의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Jack Lee C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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